** 자 료 실 **/자료실 ~

2억원대 위스키, `너 정체가 뭐야?`

한상철 단장 2009. 10. 27. 15:36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중앙로비에 가면 싯가 2억원이 넘는 위스키를 구경할 수 있다.

주류업체 디아지오가 만든 ‘윈저 다이아몬드 쥬빌리(Windsor Diamond Jubileeㆍ이하 쥬빌리)’다. '2억원 짜리 위스키라니. 다이아몬드나 금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라고 말한다면 틀렸다.

실제로 금과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

병 앞면 위쪽은 18K의 금장식에 0.5캐럿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있고, 병목 장식과 받침대 등은 은으로 처리됐다.

더구나 세계에서 딱 12병만 한정 생산된 몰트위스키다.

용량 700㎖에 알코올 도수 40도. 제조 원가만 6만 파운드(약 1억4000만원)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나 원가 6만 파운드짜리 위스키를 먹어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디아지오 폴 월시 회장은 물론 디아지오코리아 김종우 사장도 그 맛을 못 봤다는데…. ‘쥬빌리’를 기획한 디아지오코리아의 이명섭 차장은 이를 “술이 아닌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쥬빌리' 12병 중 두 병이 지난 5월 에미레이트항공 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쥬빌리’를 짐칸이 아닌 좌석에 '모셨다'.

올림픽 개최지에 금메달을 공수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쥬빌리’는 1억원 안팎의 관세를 지불하고 한국에 들어왔다.

보험과 운임료를 포함한 위스키 값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주류세, 교육세, 부가세 등 합친 정식수입 관세는 140만원 정도가 된다.

한 병은 현재 롯데호텔에 전시돼 있고 나머지 한 병은 디아지오코리아 이천공장에 보관돼 있다.

롯데호텔 측은 고가 제품을 전시할 때 사용하는 재산종합보험에 ‘쥬빌리’를 포함시켰다.

‘쥬빌리’의 파손ㆍ분실 보험가액은 1억 4000만원. 그러나 다른 한 병은 보완시스템이 가동하는 이천공장에 있기 때문에 별도의 보험에 들지 않았다.

디아지오코리아에 따르면 ‘쥬빌리’ 두 병은 자선 경매나 개별 주문 등의 방법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시기는 미정, 판매 출고가는 2억원대에 맞추고 있다.

회사 측은 12병 중 절반인 6병을 국내 판매용으로 배정했다.

2병 외에 4병은 수요가 있을 때마다 스코틀랜드에서 공수해 오기로 했다.

나머지 6병은 디아지오 지점이 있는 180개국 중 ‘러브콜’이 있는 곳으로 갈 예정이다.

회사측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궁금한 것은 블랜더만이 아는 비밀, 맛이다.

마스터 블랜더는 위스키를 제조할 때 테스트 노트를 작성한다.

자신이 만든 술의 레시피 목록을 만들기 위해서다.

38년 경력을 갖고 있는 마스터 블랜더 더글라스 머레이(Douglas Murray)의 테스트 노트 내용을 디아지오코리아 도움으로 들여다봤다.

“‘쥬빌리’는 짙은 호박색을 띄고 있다.

향은 풍부하고 순한 편이다.

물과 섞었을 경우 시원한 과일의 상큼함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강한 향이 올라오지만 잠시 뒤 부드러운 크림향과 바닐라향이 들어간 커스터드 향이 코 끝을 맴돈다.

신선한 배의 향도 살아난다.”

디아지오코리아측은 “상당 량의 문서에 자세히 기록돼 있지만 더 이상은 공개하지 않겠다”며 “‘쥬빌리’를 마시는 분의 문화적 경험에 따라 맛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 분만의 특권이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윈저의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며 ‘쥬빌리’를 처음 공개했다.

‘쥬빌리’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스코틀랜드에 있는 로열 라크나가 증류소 소유자 존 벡에게 왕실보증서(Royal Warranty)를 수여한 지 16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고자 특별히 제조됐다.

‘쥬빌리’는 로열 라크나가 증류소에서 생산된 원액과 50년 넘게 숙성한 글레뉴리 원액 등을 블랜딩 해 만들어졌다.

특히 글레뉴리 원액은 현재 생산된 것 이외에 더이상 생산되지 않아 희소가치가 높다.

블랜더 더글라스 머레이가 지난해부터 한 병, 한 병 손수 빚었다.

그는 세계 3대 주류 품평회 IWSC(International Wine & Spirit Competition)의 심사위원 대표이기도 하다.

위스키의 상세한 제조 과정은 극히 일부의 블랜더만 알고 있어 정확한 원액의 구성비율이나 숙성 정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회사 기밀’인 셈이다.

제품 용기는 크리스털 생산회사로 유명한 바카라가 맡아 수작업으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