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은 1963년 필리핀이 지어줬다는 걸 아는 이가 드물 걸요?
그때는 돔형 건물 시공능력이 없었거든.
미국이 지어준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미국대사관 건물도 그랬어요.
거기는 공터로 내내 놀리기만 했어.
겨울이면 한국일보 장기영 사주가 물 붓고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신문에 광고했고….”
연초 이계익(전 교통부장관)씨가 들려줬던 말과 흡사한 내용이 신간 『대한민국을 즐겨라』(정경민 등 지음)에 등장해 반가웠다. 놀란 점은 따로 있다.
공공기관(한국통계진흥원)에서 만들었는데도 산뜻하다.
현대사의 다양한 표정들이 각종 통계와 썩 잘 녹아있는 이 책에 따르면 61년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79달러였다.
당시 필리핀(254달러)의 3분의 1, 아프리카 가나(170달러)의 반토막이니 에구, 우리는 정말 지지리 궁상으로 살았다.
“한 방울이라도 통 속에!” 예전 공공화장실 소변기 플라스틱통에 붙어있던 얄궂은 표어다.
오줌에서 추출하는 유로키나제 1kg이 2000달러였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달았던 속눈썹도 한국산이었단다.
뒤늦게 외화벌이에 뛰어들었던 우리는 70년대를 기점으로 산업고도화에 성공했다.
반도체·자동차·철강·유화·조선·기계의 나라로 바뀐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2차 대전 이후 근대화 혁명에 성공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진정 경하할 일이고, 자부심을 가져야 옳다.
때문에 『대한민국을 즐겨라』는 요즘 선보였던 『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손성진)『광화문 연가』(이영미)와 한 묶음인데, 그러고 보니 올해가 건국 60년이 아니던가.
문제는 이들 책은 왜 예외없이 줄줄이 사탕의 밋밋한 정보 나열에 그칠까.
“이게 우리의 성취라고!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거든?”하며 불쑥 배를 못 내밀까? 잔뜩 주눅이 든 이유는 왜일까?
『한국전쟁의 기원』의 브루스 커밍스를 보라. 한때 국내 좌파학자들이 멋모르고 꽁무니를 따라다녔지만,
그는 이런 발언을 털어놓을 정도로 유연하다.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는 86%의 해외의존도를 지난 남한이 세계 경제의 아가리에서 산업적 자립을 쟁취해냈다는 것이다.…
(70년대) 중공업 추진정책은 멋진 성공인 동시에 한국의 독립선언이었다.
그때부터 한국인들은 어깨를 바로 펴고 자신 있게 걷기 시작했다.”(『한국현대사』459쪽)
커밍스 책의 원저 제목도 ‘Korea’s Place in the Sun(태양의 나라 한국)’이 아니던가.
하지만 우리만 그걸 옳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전임 대통령 한 명이 우리 현대사를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패배한 역사”라고 규정한 일도 있지 않던가.
그야말로 몹쓸 역사인식이었다.
문제는 그런 패배주의와 자학(自虐)이 지식사회의 고질이고, 좌편향의 금성사 역사교과서의 뿌리도 그것이다.
『대한민국을 즐겨라』를 보며 떠올려본 생각 몇 가지다.
대한민국 호의 지금 당장은 힘들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사회는 뒤숭숭한데 믿을 것은 우리 저력이다.
이럴 때일수록 외쳐볼 일이다.
으랏차차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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